TOPIK 이후, 외국인으로서 내가 택한 길
시험을 마치고 나면 묘한 공허감이 찾아온다. 그동안 목표였던 TOPIK, 마침내 끝냈는데... "이제 뭘 해야 하지?" 나 자신에게 그렇게 물었다.
성적표는 잘 나왔다. 기뻤지만, 그건 아주 잠깐. 금세 다시 혼잣말이 시작됐다. "이제 이 실력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한국 회사에 취업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뭔가 내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더 말하고 싶었다. 내가 준비했던 방식, 느낀 것들, 한국어를 배우면서 경험했던 모든 걸.
그래서 블로그를 열었다. 처음엔 'TOPIK 후기'를 쓰는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글을 쓸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시험 때는 한국어가 '정답을 고르는 수단'이었는데, 지금은 '나를 표현하는 도구'가 되어갔다.
내 글을 누군가 읽어줬고, 댓글도 달렸다. 그게 그렇게 힘이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어느 날, 애드센스를 신청했다. ‘이게 될까?’ 반신반의하면서도 해봤다. 결과는 승인. 그 순간 깨달았다. TOPIK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는 걸.
이제는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쓴다.
주제는 다양하다. TOPIK 공부법, 한국 문화 이야기, 외국인으로서 겪는 에피소드.
누구에게 평가받는 글이 아니라 내가 주체가 되는 글. 이게 내가 선택한 진짜 다음 단계였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시험을 끝내고 어디로 갈지 고민 중이라면, 한 번 써보길 바란다. 한국어로 당신의 이야기를.
언어는 도구다. 그리고 블로그는 그 도구를 쓸 수 있는 당신만의 무대다.